2015년 7월 1일 수요일

호부호형을 허하라! GMO를 다르게 부르고 싶은 과학자들에게



기사 1. 나를 GMO라 부르지 마시오 (http://goo.gl/DYhAVH)

'유전자교정'으로 '슈퍼근육' 돼지를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네이처 지가 보도했다.
언론은 '유전자교정' 또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했다며, 외부 유전자를 집어 넣는 통상적인 유전자조작 기술과 달라 유전자변형식품(GMO) 까다로운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연구진의 인터뷰를 옮겨 적었다. GMO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전하면서 엄청난 시장이 눈 앞에 있다고 강조한다. 기사 말미에 유전자교정 슈퍼근육 돼지가 수명이 짧은 것은 관리 노하우가 없어서이고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기사 2. 고구마는 GMO다. (http://goo.gl/iAxp2t)

페루에 근거지가 있는 국제감자연구센터에서 현재 경작되는 고구마 291종을 조사했는데, 야생종 고구마에는 없는 박테리아의 DNA 조각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어떤 과학자는 칼럼을 통해 고구마는 토양박테리아가 만들고 5,000년전 고대 페루인이 선발한 GMO라고 주장한다. 현대생명공학기술이 만들어낸 GMO는 인류 역사를 통해서 천천히 진행된 진화과정을 따르는 것이며, 차이는 속도와 정확성이라는 것이다. 제어가 가능한 현대 GMO가 더 안전하다고 강조한다.

이름을 달리 불러 인식전환을 이끌어내는 기법은 일반화되었다. 특히 정치영역이나 기업의 마케팅으로는 적극적으로 쓰인다. 환경운동과 관련된 것으로만 국한해도 그 예는 많다. "4대강살리기" "저탄소녹색성장" "친환경에너지 원자력" '리스크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왜곡하고 이름만 바꿔 불러 과도한 불안감을 없애겠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GMO를 정확하게 표시해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부 단체나 개인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국제협약에 따라 운영중인 국가기관)에서 매년 조사하는 국민설문조사에서도 86% 이상의 국민들이 '표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여론은 분명 GMO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을 의식해서 과학자들은 두 가지 전략을 쓰고 있다.
자신들이 연구하는 생명공학 기술은 GMO가 아니라고 우기거나, 세상에 GMO가 아닌 것은 없다고 물타기를 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기사들이 그 예다.

우선 '유전자교정' 또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슈퍼근육 돼지는 GMO가 아닐까? 우리나라의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이동등에 관한 법률'에서 GMO(유전자변형생물체)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제2조 [정의]
2. '유전자변형생물체'란 다음 각 목의 현대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하여 새롭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생물체를 말한다.
가.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 또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
나. 분류학에 의한 과(科)의 범위를 넘는 세포융합기술
(http://goo.gl/Nl4suA)

슈퍼근육 돼지 연구팀의 주장은 '유전자를 옮겨 심은 것이 아니라 유전자의 기능을 일부 바꾼 것'이라는 거다. 염색체의 특정부위 DNA를 잘라내고 순서를 바꿔서 유전자가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이런 유전자변형은 유전자교정(editing)이라고 불렀다. 다시 법률을 살펴보자.  "가.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거나 유전자를 구성하는 핵산을 세포 또는 세포 내 소기관으로 직접 주입하는 기술"라는 정의는 연구팀이 주장하듯이 '유전자를 옮겨 심은 것'만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한 행위 역시 현대생명공학기술이며 이렇게 조합된 유전물질을 갖고 있는 슈퍼근육돼지는 GMO라고 법령은 해석된다.
(참고로 '재조합'의 사전적 뜻은 어떤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중에서, 임의의 유전자배열 순서가 바뀌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유전자조합이 생기는 것 - 다음사전)

두 번째 고구마가 GMO라고 부르는 이들은 논점을 흐려서 본질을 왜곡시키는 전형적인 물타기다.
정치인들에게 물타기전략이 실력일 수 있겠으나, 엄밀함과 합리성을 근간으로 해야 하는 과학자들의 물타기는 애처롭다.  외래 유전자 조각을 발견한 것을 갖고 고구마가 GMO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그대로 적용해보자. GMO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유전자의 수평적 이동(유전자 오염) 등을 걱정하는 학자와 시민들에게 우리는 매일 먹는 행위를 통해서 음식의 GMO를 섭취한다고 말한다. 사과를 먹으면 사과의 유전자조각이 우리 몸에 남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과를 먹은 사람은 GMO인가? 중고등학교 생물시간을 내내 졸지만 않았다면 세포 안에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기관이 외래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공생 등의 결과라는 것을 배웠다. 그러면 모든 생명이 다 GMO인가? 법률 정의를 다시 살며 보면 고구마를 GMO로 부를 수 있는 근거는 더 사라진다. "현대"나 "인위적"이라는 정의가 바뀌지 않는다면 말이다.   

GMO에 대해서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서울대학교 김훈기 교수는 칼럼을 통해서 최근 독일과학자 집단에 'GMO 표시 확대 청원' 소식을 전했다.(http://goo.gl/1KufUi) 이들 과학자 집단은 '유전자변형 미생물을 이용한 의약품'과 'GMO사료를 먹은 가축'에 GMO를 표시하자고 요구했다. 김훈기 교수는 이들 과학자 집단의 의도를 의심했다. 가축에 대한 표시요구는 당연하지만, 의약품에 표시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 GMO가 아닌 것은 거의 없다고 소비자가 인식하기 바라는 것' 이라며 '소비자의 진정한 궁금증을 무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GMO의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에게 식품산업로비집단 전문가들이 딴죽을 걸 때 독일 과학자집단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시민단체들이 '표시제 시행'을 요구할 때는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며 시간을 벌고, '표시제 강화'를 요구하면 '왜 식품만 표시하냐며' 몽리를 부린다.

교수 특히 자연과학 전문가는 '어떤 사회집단을 가장 신뢰하는가'는 질문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 어떤 분야에서 전문가라고 언론을 통해서 불리면 그들이 받는 신뢰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평소 합리적으로 평가 받던 전문가들이 언론에 몇 차례 소개되면 초심을 잃고 언론의 구미에 맞는 발언을 쏟아 낸다. GMO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자들은 시민들이 GMO의 안전성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 등에서 제공하는 잘못된 정보에 노출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주면 시민들이 부담감 없이 GMO를 소비하고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제대로 된 정보라도 제공하라! 꼼수와 물타기로 얼버무리지 말고.


2015년 6월 24일 수요일

방금 본 영화 줄거리가 기억나지 않는다면...당신의 팝콘을 의심하라!


꼭 먹어줘야 하는 음식이 있다.
짜장면을 먹으면서 치는 당구는 더 재미있다. 이사집에서는 중국음식이 필수다. 국가대표 축구경기 볼때는 치맥이 기본 옵션이다. 비오는 오후에는 파전에 막걸리가 그립다. 특별한 이유도 없다. 옛 친구들과 기차여행할 때는 삶은 달걀에 사이다를 꼭 있어야 하는 것처럼, 영화관 데이트에 팝콘도 그렇다. 팝콘봉지에서 썸남썸녀는 팝콘 대신 상대방의 손길을 찾았고. 음료수 빨대는 나눠마셔야 제 맛이다. 실제로 그런 일이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기억 속에 영화관과 팝콘은 그렇게 이어져 있다.

요새 팝콘은 맛도 다양하다. 카라멜팝콘, 치즈팝콘, 초콜릿팝콘, 망고팝콘 요즘에는 불닭맛 팝콘도 있다. 물론 각종 조미료로 버무린 팝콘도 좋지만 막 튀겨낸 팝콘의 기름진 맛이 최고다. 칼로리가 높다, 짠 맛이 강해서 나트륨 섭취가 많다 등등 팝콘과 연관된 건강상식도 많지만 쉽게 끊기 어려운 기름진 맛이다. 그런데 이 기름진 맛이 불편하다.

지난 6월 16일 미국 식품의약품안전청(FDA)는 가공식품에서 트랜스지방을 퇴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식물성유지에 수소를 넣어 단단하게 만든 '부분경화유'를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GRAs ;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되는 식품첨가물에서 제외했다. 2007년 7월 미국 뉴욕시가 '트랜스지방 사용금지 법안'을 도입한 이후 8년 만에 미국 FDA가 '트랜스지방' 추방을 결정한 것이다. 동물성으로 알려진 포화지방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알려지면서 '식물성 기름' 원료인 트랜스지방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 했다. 하지만 트랜스지방이 포화지방 이상으로 건강에 이롷지 못하다는 연구결과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http://www.mfds.go.kr/nutrition/index.do?nMenuCode=28)에도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보다 2배정도 건강에 나쁘다는 하버드대학교 연구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트랜스지방, 먹지마세요!'라고 권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가공식품을 살 때 트랜스지방 함량을 꼭 확인하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트랜스지방이 많은 식품으로 팝콘, 크로와상, 감자튀김, 초코과자, 케이크, 마가린을 예로 들었다.


미국 FDA의 트랜스지방 퇴출결정에 즈음해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트랜스지방이 기억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미국 샌디에고 캘리포니아 의과대학 연구팀이 45세 이하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트랜스지방을 먹었을 때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단어가 적힌 104개의 카드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루진 이번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평균 86개의 카드를 기억했다. 반면 트랜스지방 하루섭취량이 16그램(g) 인 사람은 12개, 28그램인 사람은 21개의 단어를 평균보다 더 기억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트랜스지방 하루섭취량이 1그램 증가할 때 마다 틀리게 기억하는 단어수가 0.76개 씩 증가한다고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런 경향이 나이든 사람보다 젊은이에게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방금 본 영화 줄거리나 주인공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가?

당신의 팝콘을 의심하라!


여기서 잠깐 1.

영화관에서 팔고 있는 팝콘에 얼마나 많은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는가? 정답은 "모른다" 이다. 국내 영화관 90%를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3개 회사가 점유하고 있다. 이 3개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팝콘에 트랜스지방이 쓰이고 있는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영양성분자율표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고 3개 회사는 이를 따라서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표시에는 트랜스지방표시는 없다. 의무표시도 아닌 자율표시다. 영양성분도 그램(g)이 아닌 온즈(oz)로 표시되어 있다. (1온즈는 약 28.35그램) 





트랜스지방이 추방된 지금, 3개 회사는 팝콘 팔아서 돈 벌 생각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판매하는 것이 우선이다. 트랜스지방을 퇴출시켜야 한다. 그리고 정보도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잠깐 2.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팝콘에는 봉투겉면에 영양성분이 표시되어 있다. 트랜스지방이 제로라며 광고하는 제품도 있다. 수입 팝콘에는 트랜스지방이 5그램 이나 들어있는 제품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홈페이지에서 1일 섭취한계라는 2그램을 훌쩍 넘는 양이다.   






여기서 잠깐 3. 

영화관 팝콘 가격도 많이 올라서 팝콘과 음료를 같이 먹는 왠만한 세트메뉴는 영화가격보다 비싸다. 그래서 청년유니온, 민변, 참여연대는 높은 팝콘가격을 '영화관 불만사항' 중 하나로 꼽았다. 원가 613원짜리 팝콘을 소비자가격 5,000원으로 판매, 8배의 폭리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대형영화관 3개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팝콘의 원가산출이 어려워 폭리여부에 대한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규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며 공정거래법 적용불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