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승인 유전자조작 밀이다.
지난해 미국 오레곤(Oregon) 주에서 승인이 되지 않은 유전자 조작 밀이 발견되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밀 수입금지 조치가 취해지는 등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나 미국 정부는 또 하나의 미승인 유전자조작 밀 사건을 발표했다.
미국 농무성은 이번 몬타나(Montana) 주에서 발견된 미승인 유전자조작 밀은 몬산토(Monsanto) 사의 제초제저항성 밀이라고 밝혔다. 2013년 오레곤 주에서 발견된 밀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몬산토 사의 밀이라는 점은 동일하도고 했다. 미국 농무성은 이번 사건이 지난해 오레곤 주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발견면적이 1~3에이커(1에이커는 약 4,047 평방미터)로 오레곤 주 (100에이커)에 비해서 좁다는 것이다. 또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시험재배가 공식적으로 승인된 몬타나 주립대학 실험농장에서 발견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기사를 확인하고 바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제분협회에 전화를 했다. 한국제분협회는 지난해 오레곤 주 유전자 조작 밀 사건 당시 수입하고 있는 밀은 안전하다는 성명을 냈다가 여론이 급속하게 나빠지자 수입중단 조치를 취한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밀 수입은 제분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등의 안이한 입장을 취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국무회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의 질책을 듣고 수입 밀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에는 좀 달랐을까?
유전자조작식품의 표시 등 안전관리를 총괄책임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신소재식품과에 전화를 걸어 이번 사고를 알고 있는지 물었다. 지난해 오레곤 주 사건 당시에는 미국 측이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발견사실을 통보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공식적인 통보가 있었는지를 우선 확인하고 싶었다. 대답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몬타나 주 미승인 유전자조작 밀 사고 역시 모르는 눈치였다. 한국제분협회는 이번 사건을 알고 있었다. 어제 외신기자의 전화를 받았고 미국 수출협회 등을 통해서 일단의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였다. 한국제분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지난해와 달라서 미국 측에서도 특별히 통보해 줄 것이 없다고 했다. 시험재배가 공식적으로 승인된 곳에서 발견된 것이라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유전자조작 작물의 자연환경 위해성 심사자료 등을 보면 몬산토를 비롯한 GMO 제조기업들은 시험재배 후 안전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비의도적인 방출이나 유전자오염 등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써 놓는다. 일부 작물이 겨울을 나서 자생한다 하더라도 모니터링과 제초제 처리로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실상은 11년 전에 시험재배 했던 승인되지 않은 밀이 버젓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승인되지도 않은 밀이 자라고 있지만, 미국 농무성은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미국 NGO인 Center for Food Safety는 지난해 오레곤 준 사건 이후 미국 내 유전자조작 밀에 대한 실험재배를 전면 중단할 것과 지금까지의 재배현황과 조사결과를 모두 밝혀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감감 무소식이다.
국민들의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반 협회보다 늦은 정보수집 능력을 가지고 있다. 식탁안전을 위한 사전예방적인 조치가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한국제분협회의 안이한 태도도 걱정이다. 미국에서 통보해준 내용에는 자신들의 수입하는 밀과는 상관없다는 논평을 발표하고, 미국 측이 안전하다며 통보해주지 않은 내용은 “그렇구나!”하고 제대로 된 확인조차 안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당국에 공식적인 확인을 요청해야 한다. 가능만 하다면 현지 조사도 해야 한다.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야 한다. 한국제분협회 역시 수입금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어제부터 평창에서 바이오안전성의정서 당사국총회가 열리고 있다. 바이오안전성의정서는 이번 사건같이 유전자조작 작물과 생명체들이 생물다양성을 파괴하고 위협하는 것들을 미리 막아보자는 뜻으로 세계 각 국이 약속한 국제적인 협약이다. 이 의정서에는 미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GMO에 있어서 국제적인 문제아인 미국이 빠진 상태로 의정서를 논의하는 것은 정말로 힘 빠지는 일이다. 게다가 이런 국제의정서 당사국총회 자리는 몬산토 같은 GMO 개발기업들의 홍보의 장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다.
유전자오염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국제협약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소비자와 농민 그리고 건강한 시민들이 철저하게 연대하는 것 이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미국 밀재배 현황 (출처 : 미국 밀생산자협회)

